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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공사장 로맨스

[공사장 로맨스] 3화 - 많은 만남 속에 인연이 있다.

 쏘나전자 근처 공원 중간에는 생각보다 큰 카페가 있었다. 사람은 정말 많았는데도 신기할 만큼 조용한 카페였다. 세아씨는 먼저 기다리고 있었고 간단한 인사를 하고 달달한 스무디와 카페 라떼를 기다리며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면접본 사람 번호보고 따로 연락하는 건 회사에서 문제 안돼요?"

"아마도 될 걸요? 얼른 마시고 헤어져야하는 걸까요?"

"이렇게 만난 거 아쉬움은 남지 않아야 되겠는데요. 커피말고 허니브레드 가시죠."

"네? 크크 식사하셨어요? 우리 그냥 밥 먹으러 갈까요?"

"좋아요. 생각나는 메뉴 있어요? 여기도, 세아씨도 잘 모르거든요."

 

 곱창볶음이라니, 못 먹는 건 아니지만 의외여서 조금 놀랬다. 사실 곱창볶음을 말하기 전에 싱긋 웃으며 눈치를 보는 모습에서 조금 귀엽기는 했다. 식당으로 가는 동안 왜 나에게 따로 연락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세아씨는 우리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처음엔 비슷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지역도 얼굴도 맞는 것 같아서 전화를 했고 얼굴이 보니 확실히 맞다고 했다. 그럼 이제 어디서 만났는 지 맞춰보라고 했지만 사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유기견 보호소? 테니스 동호회? 건설 현장? 음 어릴 때 친구 손 잡고 갔던 교회?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친구 손 잡고 갔던 그 교회는 아니에요. 히히 음 건설 현장은 뭐에요?"

"아버지가 건축업을 하시는데 시간 날 때마다 현장에가서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젊은 사람이 오면 다들 좋아하세요."

"와 좋은 아들이네요. 좋은 아들에게 미안하지만 건설 현장도 아니에요."

"음 정말 모르겠어요. 살면서 세아씨를 만난 적이 있다면 잊을 수가 없어요."

"맞아요. 사실 본 적 없어요. 우리 처음 만난 거에요."

 

 뭐 하는 사람이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고 몰래카메라에 당한 기분이 들어 신나게 웃었다. 웃음이 잦아들면서 세아씨는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 사람이 자주 가는 장소와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충 알 수 있어요. 서로 잘 모를 때 자주 쓰는 방법이에요. 누구는 클럽에서, 누구는 샌프란시스코 어떤 세탁실도 나오기도 하죠. 제가 퀴즈하나 낸 건데 거기서 세울씨가 어떻게 살아왔는 지를 볼 수 있었어요. 제가 먼저 연락하고 밥 먹자고 했으니까 세울씨 테스트한 건 이해해줄 수 있죠?"

"네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신기해요. 우와 나중에 저도 써봐야 겠다."

"곱창볶음집에서 만난 거 기억안나죠?"

"장난치지마요. 이제는 안 속아요. 크크"

 

 곱창볶음집 문을 열면서 메뉴를 외치는 세아씨가 얼마나 여기 자주왔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세아씨 얘기를 하는데 회사생활은 1년도 안 됐고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고 현업에 배치되어 처음으로 해보는 대졸면접이였는데 시작할 때 제일 자신없던 어떤 사람이, 면접이 끝나고 제일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오는 모습에 물어보고 싶었단다. 사실 큰 의미없이 말했던 '미련 없는 면접'이 되라는 응원이 이뤄졌던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아침에 아버지께서 알려주셨던 '세마디 파악법'과 마지막에 말했던 건축물을 비유로 했던 면접 얘기를 하면서 세아씨는 조용히 들어주기만 했다.

 

"저는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말을 했어요. 면접관들 반응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미련은 안 남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어요."

"잘 모르겠지만 어떤 말씀을 하려는 지 이해는 됐어요. 아마 면접관들도 다 그런 생각을 했나봐요."

"그리고 세아씨랑 이렇게 저녁까지 먹으니까 오늘 하루는 정말로 보람있는 하루가 됐네요."

"곱창볶음까지 챙겨줘야죠. 섭섭해요."

 

 식사를 하는동안 신입사원 교육이 얼마나 힘들고 긴 시간을 하는 지와 여고에서 급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점심에는 운동장을 돌 수 밖에 없는 이유, 강의실 착각해서 도강아닌 도강을 했던 얘기 등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도 비슷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얘기를 풀어나가며 꽤나 긴 시간동안 대화했다. 그러다 갑자기 세아씨의 눈빛이 진지해지며 말했다.

 

"면접은 붙었으면 좋겠어요?"

"네, 세아씨랑 사내메신저 하고싶으니까 꼭 붙어야겠네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제일 확실한 방법이 생각났어요."

"도와준다구요? 안돼요."

"아니에요. 이거는 진짜 확실한데 전혀 문제가 없는 방법이에요. 응원이거든요! 아까 회사에서도 제가 한 응원이 마법처럼 이뤄졌으니까요. 100% 성공률을 보이네요!"

"크크 그러면 그거 우리끼리는 마법이라고 불러봐요. 마법이 이뤄지겠죠?"

"50%가 돼도 여전히 성공률 높은 마법이긴 하죠."

"엥? 안돼요. 안돼요."

"뭐야 미련 없는 면접이라면서~ 지금보니까 미련 가득한 모습인데요?"

 

 조금 더 얘기를 하다가 지방으로 내려가는 막차 시간이 다가왔고 중간에 얘기를 끝낼 수 밖에 없었다. 서로가 할 얘기는 많았지만 서로를 위해 여기까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세아씨는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고 나는 버스터미널로 가는 택시를 같이 기다려주겠다고 했다.

 

"세울씨는 도착하면 12시가 넘겠네요?"

"그렇죠. 근데 제가 보통 12시 넘어서 자니까 피곤하진 않아요."

"저도 주로 1시에 자는 편이에요. 일찍자면 하루가 뭔가 아깝다고 해야할까?"

"오 맞아요. 근데 저 버스타다가 졸아서 내릴 곳 놓칠 것 같은데 카톡해도 돼요?"

"좋아요 저도 기숙사 들어가면 심심했는데 잘 됐네요!"

 

사실 나는 내가 타는 시외버스의 종점에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