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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Novel)/공사장 로맨스

[공사장 로맨스] 6화 - 용기를 주는 겁쟁이 상담사 매운 닭볶음탕 냄새가 가득한 적당한 가게는 제법 시끄러웠다. 자리에 앉아서 옆 사람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조그만 가게에서 계란찜과 주먹밥 그리고 닭볶음탕에 치즈추가를 주문했다. 가게는 북적이고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섞여있었지만 세아씨의 작은 말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얼굴은 작은데 얼굴에 비해 큰 입, 세아씨가 말할때 실려오는 감정 또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봐온 세아씨는 조근조근하고 침착하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말이 빨랐다. 어쩌면 세아씨는 자기 주변사람들보다 나같은 외지인을 만나서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미묘한 날이 아닐까 생각했다. "계란찜이랑 맥주 나왔는데 세아씨 고민 이제 얘기해줄래요?" "그럼요~ 짠 해요. 우리" 부딪힌 컵조차도 우리 만남에 두근거렸던 것인지 컵 안의 맥주는..
[공사장 로맨스] 5화 - 빛은 소리보다 빠르다. 세아씨와 대화하는 동안 세아씨에 대해서 많이 알았다. 운동, 드라마, 낮보다는 밤에 걷는 것, 강아지보다는 고양이. 그렇지만 세아씨와 연락하면서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바로 어느 정도 시간이 늦으면 세아씨의 메시지를 잃지 않았다. 사실, 세아씨와 굿나잇 인사를 하게 되면 그대로 끝날까 봐 생기는 불안증세에서 나온 것이다. 일상적인 대화와 가벼운 고민을 주고받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느껴지는 그런 직감이 있다. 세아씨에게 잘 자요 라는 인사를 하고 다음 날 아침이 됐을 때 연락이 오지 않을 것 같았고 내가 하려고자 하는 용기도 없었다. 세아씨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고 지금 내가 원하는 건 그저 세아씨 옆에 있는 좋은 친구이길 원한다. 몇 개월전, 여자 친구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
[공사장 로맨스] 4화 - 보석으로 만든 검 세아씨에게 처음으로 보낼 메시지를 고민했다. 어떻게 보내야 부담 없고 자연스러운 첫마디가 될까? 핸드폰을 괜히 괴롭혀본다. 껐다가, 켜고 툭툭 두들겨도 보고, 다른 어플을 켰다가 껐다.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참 쉽게 말했던 걸 세아씨에겐 너무 어렵다. "바빠요?" 무슨 이런 생뚱맞은 말을 했을까. 보내자마자 하는 후회,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않아 더 불안해졌다. 살면서 이렇게 소심해진 적이 있었을까. 동글동글 손가락으로 나의 불안을 다 표현하다 오늘 하루에 대해 조언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 목록에서 제일 좋은 상담사를 골라 전화를 걸었다. "유미야 나 물어볼 거 있어." "뭔데? 여자 얘기지? 딱 왔어." "여자 얘기는 맞는데, 그 전에 딴 거 하나만 물어보자. 만약에 어떤..
[공사장 로맨스] 3화 - 많은 만남 속에 인연이 있다. 쏘나전자 근처 공원 중간에는 생각보다 큰 카페가 있었다. 사람은 정말 많았는데도 신기할 만큼 조용한 카페였다. 세아씨는 먼저 기다리고 있었고 간단한 인사를 하고 달달한 스무디와 카페 라떼를 기다리며 한 가지 질문을 건넸다. "면접본 사람 번호보고 따로 연락하는 건 회사에서 문제 안돼요?" "아마도 될 걸요? 얼른 마시고 헤어져야하는 걸까요?" "이렇게 만난 거 아쉬움은 남지 않아야 되겠는데요. 커피말고 허니브레드 가시죠." "네? 크크 식사하셨어요? 우리 그냥 밥 먹으러 갈까요?" "좋아요. 생각나는 메뉴 있어요? 여기도, 세아씨도 잘 모르거든요." 곱창볶음이라니, 못 먹는 건 아니지만 의외여서 조금 놀랬다. 사실 곱창볶음을 말하기 전에 싱긋 웃으며 눈치를 보는 모습에서 조금 귀엽기는 했다. 식당으로 가..
[공사장 로맨스] 2화 - 많은 착각 속에 살고 있다 면접 대기실에서 세아씨를 만났다. 원래는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로 여러 대기자들 앞에서 가벼운 이야기를 해주는 역할인데 선배가 도와주기로 해서 자기는 여유가 생겼다는 말을 했다. 바로 이어서, 100명쯤 되는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답장을 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진짜 답장을 한 게 맞냐고 물어봤다. "사실 거짓말했어요. 메세지 못 보내겠더라고요. 저는 똑똑하지도 않고 특출 난 사람도 아니에요." "그래요? 저도 아닌데 음 여기는 특출 난 사람을 뽑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일 평범한 사람을 뽑는 것 같아요. 평범한 사람들과 동기 교육을 받다가 어쩌다 눈에 띄는 사람은 몇 있어도 모두가 잘 났는데 몇 명이 평범한, 뭐 그런 사람은 없네요." "아직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공감은 못 하겠지만 믿을게요!" ..
[공사장 로맨스] 1화 - 많은 사회 속 내 자리는 있다 전자과에 들어와 졸업할 때 되니까 아버지께서 얘기하셨다. "어차피 취업이 안되는데 현장에서 일하는게 어떠냐?" 아버지는 30년 넘게 건축현장에 골조를 세우는 일을 하신다. H 모양의 몇 톤이 되는 빔을 세우고 조립하면 건물의 뼈대가 된다. 수능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하곤, 시간이 날 때 마다 현장에 나가 사람들과 합을 맞춰 일을 하곤 했다. 40m 위를 무거운 나사와 더 무거운 공구를 챙겨 일을 하는게 대부분이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장치 하나 없이 일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철은 여름에 뜨거웠고 겨울엔 차가웠다. "아버지, 제 전공이 건축도 아니고 현장에서 일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크크 그 단단하고 무거운 철에도 구멍이 뚫리고 다른 철들과 조립되잖냐" 늘 하시는 말씀이다. 여러 뜻이..